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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여기에있다!/사라진 장소

용두동 성북천변 마주보기..2003

by mooksu 2012. 9. 20.

용두동 성북천변 마주보기...2003


의도했던 건 아닌데, 예전에 찍었던 장소나 건물이 심심찮게 사라졌다는 걸 발견한다.  어떤면에서 곧 사라져갈 장소나 건물에 시선이 꽂혔을까... 생각해 본다.  분명 '넌 곧 사라질 건축물이야, 그러니 내가 니 영정사진을 찍어줄께~!' 하고 사진을 담은 적은 없다.  그냥 시선이 그리로 향했고, 마음이 다가가 시선이 멈추었고, 그래서 손이 자연스레 카메라로 가고, 그 카메라는 그 시선이 머무는 곳을 담은 것 뿐이다.   왜 였을까?  왜 난 그런 장소에 시선이 머물렀을까~? 다시 생각해본다.  마음이 편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던 것 같다. 꾸미지 않고 소박한 멋의 향기가 자연스레 묻어있는 곳에 마음을 뺏겼던 거 같다.  세월과 함께 삶의 일상이 그냥 드러나는 곳에 몸이 끌려갔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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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용두동 성북천변 건물(무허가 건물로 추정된다.)도 헐렸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 곳 지역주민들을 위한 쌈지공원 형태로 탈바꿈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 곳의 변신은 행정당국의 좋은 정책이 결과라고는 생각하나, 그 실행에 있어서 전문가의 자문과 의견수렴의 과정이 아쉽다.    

기존 건축물 중 철거할 건축물은 철거하고, 재생가능한 건물을 수선하여, 조그마한 도서관 및 매점을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을 곳곳에 도서관 짓겠다고 몇십억을 투자할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곳을 현재에 맞게 고치고 수선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부 건물을 마을문고 형태로 개조해서 지역민들에게 책을 빌려주거나 읽는 장소를 제공해주었다면, 이 쌈지공원이 더 활성화되고 했을 텐데. 그리고 우범화될 가능성도 줄일 수 있고...   마음에 안들고, 눈에 거슬리는 것은 모조리 부수어 새로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고, 또한 그렇게 지어진 건물, 장소가 더 민폐를 끼치기도 하는 경우를 수없이 이 땅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새삼  다시 느낀다.  정부의 도시환경, 공공건축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에는 건축가가 깊이 관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건축가가 기획과정에서 관여하지 않은 정책은 언제나 전시성, 정치적 결과물로 도출되었다.  그 소중한 국민세금을 가지고 좋은 일한답시고 해놓고, 욕을 욕대로 먹는 꼴이다.   이 곳, 서울의 공공건축물의 대부분이 이런 꼴이다. 

그 이유는 자명한다. 진짜 건축전문가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신 이래로, 고착화된 우리나라 행정당국의 정책결정, 집행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하고 있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  하루 빨리 건축가들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짓는 공공장소의 기획과 선별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  행정당국은 이들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물론, 건축계의 자기정화, 자성이 먼저 요구된다.  과거에 얼마나 많은 건축계 인사들이 돈을 쉽게 벌었던가.  건축계는, 지금은, 생존을 위해 일을 가리지 않고 한다고 불만이다. 언제나 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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