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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여기에있다!/사라진 장소

문래동 옛 대한통운 물류창고(2004)

by mooksu 2012. 9. 19.

문래동 옛 대한통운 물류창고 (2004) 


'옛날의 영등포가 아니예요',  '통째로 바뀌는 영등포', '서울 공장지대 천지개벽', '칙칙한 공장터가 알짜 주거지로', '공장터가 고급주거지로 깜짝 변신'...    2007년 부동산 뉴스를 달구었던 헤드라인이다.   개발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값이 시장 침제기에도 불구하고 강세며, 투자가치가 매우 높다는 정보들이 넘실댄다. 


"세계 여러 곳에서는 문화적인 역사건물들을 보호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과거세대의 성취들을 이해할 수 있도로 일조한다.  이는 오늘날 세상이 여행과 관광을 홍보하는 것과 더불어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고, 더 중요한 점은, 이로 인해 우리의 과거 기념물들이 미래세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줄 것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 Kenneth I. Chairman & CEO, American Express in 역사 보존의 경제학, Donovan Rypkema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rchur&logNo=40096011933  에서 재인용)


2011년 한국도시설계학회에서는 황소영, 이정형에 의해 [근대산업유산 활용수법으로서 연계 벨트화에 관한 연구 - 지역근대산업유산 활용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의 실태를 중심으로-] 가 발표되었다.  '도시재생'이라는 화두 아래, 지역재생에 대한 관심, 그 과정에서, 근대산업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활용하여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 재생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근대산업유산의 개념 및 활용가치에 대한 고찰, 근대산업유산의 활용현황에 대한 고찰, 지역근대산업유산 활용 연계 벭트화 실태 분석 등의  고찰을 통하여 그 가능성과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미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나오시마'라는 작은 섬, 원래 구리 제련소가 있던 섬을, 민간 주도(베네세 그룹)로 20년 동안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이라는 주제로, 심각한 공해로 황폐화된 이 섬을 세계 7대 명소(여행잡지, '콩드 나스트 트래블러' 선정) 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다.  


문래동 옛 대한통운 물류창고는 불행하게도, 이 땅이 가진 잠재적 가치가 외면된 채 사라졌다.  이 곳에 있는 사진은 2004년 이 곳을 우연히 지나다가 찍은 사진들이다.  



기둥-보 구조를 기본으로,  물류창고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내부 기둥으 없앨 수 있는 아치형의 무량판 구조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듯 하다. (내부에 들어가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기둥과 보 사이는 붉은 벽돌로 마감되어 있고,  건물 뒷쪽은 하역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정면의 넓은 땅의 박차장 등의 용도로 쓰인 듯하다.  아치형의  지붕은 그 기능과는 상관없이 처마가 돌출되어 있다.  요즘 물류창고는 처마가 없다. 필요없기 때문이다. 하역장을 제외하고는 . 그런 연유로 언제 지어졌는 지 모르겠지만, 모든 건물에 처마가 있는 이 땅의 옛 건축양식이 은연 중에 표현된 것이 아닌가 상상해본다.  돌출된 아치형의 지붕과 그 긴 반복은 이 건물의 무게감과 장중함과 더불어, 따스한 벽돌,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군락, 작은 스케일의 돌출된 물류창고 입구 등과 어우러져, 그 존재감과 더불어  서정적인 느낌마저 감돌게 하고 있다.  라멘조의 특징은 개보수가 용이하고, 내부공간을 그때 그때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다.   내가 볼 때는 건축적으로도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산업유산 건축물이다. 물론 박제화되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싫어했던 칙칙함도 벗어던져야 하고,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커뮤니티의 장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순서이다.  


012

하지만, 모두가  이 건물이 사라져주길 바랬다.   투자자에게는 부동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고, 주변 주민들에게는 칙칙한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자산가치를 상승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서울시, 영등포구 입장에서는 환경 불량지구 개선에 대한 민원을  싹 밀어버림으로써 너무도 쉽게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 정책적인 판단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건, 이 땅을 다르게 봄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이, 그리고 그 속에 숨쉬고 있는 잠재성을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사실이 의미있게 와닿을 뿐이다.  이 잠재성이 오히려 , 지역 정체성의 강화를 통한 미래의 정주환경으로서의 잉여가치를 무한히 창출했을 텐데에 대한 아쉬움 뿐이다.   서울의 경쟁력을 위한 답시고  '디자인 서울'을 외치는 정책가, 정치가가 혐오스럽다.  하기사, 600년 이상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서울을 싹 밀어버렸으니, 서울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문화유산이 없으니 이해가 간다.  4대문안의 고궁들이야, 머나먼 옛날의 유산일 뿐이고, 그런 문화유산은 전세계 어느 곳을 가던 넘쳐되기에 큰 차별적인 경쟁력이 될 수도 없다.  경쟁력은  지금 이 곳에서의 생생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곳의 생생한 이야기여야 한다.  불과 30~40년의 서울의 모습 또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며, 오히려 지금의 현재와 밀접한 연유를 가지기에 더할나위없이 생생한 문화자원이다. 


현재 이 곳은  양화중학교와 남부교육지원청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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