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 동 화 이 트 하 우 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중,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즐거움이 제일 큰 것 같다.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 옥상에는 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있어서, 올라가면 대학로와 이화동이 환하게 내려다 보였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이화동을 내려다 보며 담소를 나누던가, 담배 한모금을 피우던 즐거움이 있었다. 오랜동안 자주 올라가 자주 내려다보니, 스카이라인보다는 곳곳의 재미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 건물은 그런 와중에 발견한 건물 중의 하나이다. 건물이 넘 재미있게 생겨서, 난 이 집에 '이화동 화이트하우스'로 그럴 듯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화동사거리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낙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있고, 좀 지나치면 바로 낙산방향으로 이 하얀 3층 짜리 주택이 보인다.(지금은 앞에 10여층 높이의 건물이 드러서서 보이지 않는다. 집주인은 이 집을 오랜동안 사용하면서 옥상 일부를 자연스레 일부 옥탑으로 증축한 듯이 보이고, 어느 시점에서인가 건물의 외벽을 전부 하얗게 칠하였던 것 같다. 근대건축의 기하학적 구성과 현대건축의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박스쌓기적인 구성이 혼재되어 있는 듯 느껴지고,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하얀 외벽의 소박한 민가의 느낌이 겹쳐져서, 볼 때마다 보는 즐거움이 있는 집이다.
나두 건축을 하지만, 이런 건물을 볼때마다 ' 왜 건축가가 설계한 집보다 때로는 건축가없는 건축이 보여지는 엉뚱함과 재치, 담백함이 더 풍부히 보여지는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왜일까???' 건축가는 단번에 모든 걸 지어지는 건물에 담으려하지만, 건축가 없는 건축은 세월과 생활의 변화에 그저 반응하는 것이고, 또 건물을 돋보이려 잔뜩 힘을 주고 디자인되어져 있지 않다보니,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이 베어나와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건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 오히려 어설픈 건축미학 예찬론자 들에게는 내 생각이 넘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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