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회화나무 5그루의 추억
용두동 무학로 45길은 조그만한 개천을 복개하여 생긴 길이다.
동네에 들어선 집들의 규모에 비하여 너무 폭이 넓은 길이어서, 예전에 그 동네 사시는 분께 물어보았더니, 개천을 복개해서 넓어졌단다. 폭이 얼추 12~15m의 길... 이 길이 안암로 6가길과 만나 갈라지는 끝 언저리에 예전에 회화나무 5그루가 있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 끝에 서 있는 나무군락이 자태를 뽑내는 모습이 넘 멋졌고, 여름날 그 아래에서 한담을 나누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다.
'야~!, 아직 대도시 서울에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구나 ~!' 그 당시 건축설계에 뿅하고 꽂힌 내겐 이 발견이, 도시 속의 보물을 만났듯 한 경이로움 자체였다. 이러한 흥분은 그곳을 사진으로 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곳을 이 곳 사람들을 위한 정자목으로 바꾸는 상상을 해보면서, 휴식과 공동의 토론이 있는- 예를 들면 날씨 좋은 날, 이 곳에서 반상회가 열린다- 그런 열린 곳으로 만드는 자그만한 계획을 만들어 보았었다.
[ 1996년 당시 모습 ]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이 옛 사진, 이 기억이 새록새록해 이 곳에 올리기로 작정하고, 현재는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궁금함으로 다음 로브뷰를 탐색해 보았다. '앗! 아뿔싸! 한그루 밖에 안남아있네~! ㅠㅠ' 왜 그랬을까를 열심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그럴 사정을 추적해본다. '음, 역시 이런 동네의 문제점, 주차장문제를 이 길에 거주자주차공간을 확보하면서 해결했구나. 어떻해~? 이것 또한 현실이고, 당면한 문제이니 그렇게 해야쥐.' 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그러나,,, 다시 드는 생각, '꼭 한그루 말고 나머지 나무를 베어야만 했을까? 혹, 나머지 나무들이 시들시들해져서 베어버린 걸까? 만약 시들어버려 베었다면, 나무의 연이 그런거니깐 할 수 없는 것이고, 주차문제 때문에 베어버렸다면, 이건 말도 안돼. 그 넓고 긴 길에 주차대수 3~4대 줄인다고 뭐가 달라지지??? ' 분통이 터진다. 누가 베어버린 걸까? 동대문구청에서? 아니면 이곳 마을 분들이? 만약 이 마을 사람들이 베어 버렸다면, 이 곳 사람들은 큰 걸 스스로 잃 된다. 자신의 삶을 더 황폐화하게 만든 거니깐. 우리 삶이 지극히 공간적이며, 그 공간이 우리 삶의 행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걸 모르는 거니깐.... 안타깝지만, 스스로 자위해본다, 이 나머지 회화나무 4그루는 아마 스스로 생을 다해서, 우리 인간이 베어준 것 뿐이라고...
[ 12012년 현재 모습, '다음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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