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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여기에있다!/사라진 장소

부여읍 석탑로 27 길 (정림사지 맞은 편) 2003

by mooksu 2013. 9. 12.

부여읍 석탑로 27 길 (정림사지 맞은 편) 2003 

 

파란 가늘 하늘, 검붉은 양철지붕, 색바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하얀 양철벽, 그리고 몽땅연필 플라타너스..  동화책에서 보던 집 같아서, 얼릉 한 컷.

마침 회사 가족동반 고건축답사 여정 중이라 같이 갔던 옛 동료, 내 큰아들, 작은 아들도 사진 속의 풍경에 찰칵 담기었네.

이 땅의 곳곳을 답사라는 핑계로 다니면서 내가 느꼈던 것이 무엇일까를 공곰히 생각해보면, 민가에 담긴 따스함, 소박함에 시선이 먼저 꽂힌 듯 하네. 멋지다고 하는 건물보다 뒤에 물러서서 있는 듯 없는 듯, 삶 그자체를 담아가고 있는 것들에 시선이 먼저 간 듯 하네.

 

살면서 이제 서서히 깨닫는 건, 건축물을 오브제적 대상이자 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꼭 틀리지만은 아닌 생각이지만, 실제 그런 연유를 가질 건물은 극히 극히 드물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의 건물은 그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건축-건축물, 그 자체는 그냥 우리 삶 자체인 듯 하다. 짓는 사람의 목적, 태도에 따라 달라지고, 그걸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는 건축가들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고, 짓는 일꾼 들의 정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곧 그 건물은 그들의 손을 떠난다....  그 건물에서 살고, 찾고,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건물은 세월과 함께 변해간다. 그저 세월에 따라, 만나는 사람의 손길과 관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건물은 그에 관계했던 이들의 흔적과 태도가 고스란히 배이게 되고, 그 자체가 건물이 되는 것이다. 건물이란 '형상'은 실체이면서도, 한편으로 바로 인간의 '삶'자체인 것이다. 

 

012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정리하다가, 현재 이 곳이 어떻게 변했는 지 궁금해서 다움과 네이버 지도를 끄릭끄릭 해본다. 참 세상 좋아졌다.

헐~~;;

이렇게 변해 있네...

말문이 막혔다. 

누구 탓을 하랴~~~!

이 땅 주인과 그 앞 가로를 정비를 계획하고 관여했던 부여 사람들의 삶 자체가 그대로 녹아들어 '현상'한 것 뿐인데... 몰라서 그런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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